쉰 넘어 간 푸꾸옥에서 몸을 푼 이야기

터프독수리 2026-08-11 11:52 조회 123 댓글 0

쉰을 넘기고 나서는 여행 가서도 무리를 안 하게 됩니다 이번 푸꾸옥은 오래된 친구 둘과 셋이서 갔는데 낮에는 같이 다니고 저녁에는 각자 편한 대로 쉬자는 식이었지요 젊었을 때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정입니다

셋째 날 저녁이었습니다 낮에 배 타고 섬 몇 개 도는 투어를 다녀왔는데 물 위에서 네 시간을 있었더니 어깨가 벌겋게 익었고 허리는 뻣뻣해졌더군요 숙소에 들어와 씻고 누웠는데 이대로 자면 내일은 못 일어나겠다 싶어서 친구가 알아둔 곳으로 향했습니다 쩐흥다오 큰길에 있어서 택시 기사에게 이름만 대니 바로 알아듣더군요 저녁 여덟시가 넘었는데도 길에 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안경에 김이 서렸습니다

입구에서 코스 설명을 들었습니다 등급이 여러 개라 눈이 좀 돌아가는데 위쪽은 금액이 상당해서 저희 셋은 제일 기본인 백분짜리로 정했습니다 백팔십만동이었고 티켓과 팁이 다 포함된 값이라고 하더군요 나이를 먹으니 이런 게 마음이 편합니다 마지막에 계산대에서 숫자가 달라지면 하루 기분이 상하지 않습니까

먼저 사우나입니다 습식과 건식이 나뉘어 있는데 저는 습식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잎을 넣었는지 향이 은은하게 도는데 하루 종일 뒤집어쓴 바닷바람 냄새가 그제서야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옆칸에서 친구가 아이고 소리를 연발하는 게 다 들려서 혼자 웃었습니다 이 나이 되면 신음 소리도 서로 알아듣습니다

그다음 온천욕으로 몸을 데우고 관리로 이어집니다 태국식 동작이 섞여 들어가는데 관절을 지그시 늘려주는 대목에서 익은 어깨가 좀 따가웠습니다 손짓으로 여기는 살살이라고 하니 바로 알아듣고 힘을 빼주시더군요 말은 거의 안 통했지만 손짓 발짓이면 다 됩니다 백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정신을 놓아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떠보니 다 끝나 있어서 오히려 조금 아까웠습니다 이런 데서 자버리는 사람이 제일 손해라는 친구 말이 맞더군요

끝나고 로비에서 차를 한 잔 내주는데 그 한 잔 마시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셋이 앉아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다들 얼굴이 풀려 있더군요 젊을 때는 밤새 돌아다녀야 논 것 같았는데 이제는 이런 게 남습니다 한 친구가 자기 무릎이 이렇게 편한 게 몇 달 만이라고 하길래 셋이서 한참 웃었습니다 웃음 끝에 다들 나이 얘기를 하다가 그만두자고 하고 일어섰지요

돌아가는 길에 야시장을 지나쳐 망고 한 봉지를 사서 나눠 먹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허리가 멀쩡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잘 다녀왔다 싶었습니다 푸꾸옥에서 하루쯤 몸을 풀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제일 기본 코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위 등급이야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저 같은 나이대에는 굳이 싶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이날 저녁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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